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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사실주의 영화, 아동 빈곤, 부동산 격차)

by propert 2026. 1. 25.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사실주의 영화, 아동 빈곤, 부동산 격차)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사실주의 영화, 아동 빈곤, 부동산 격차)

 

2018년 개봉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 랜드 인근 모텔에서 살아가는 무니와 엄마 핼리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는 모험으로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곤과 방치,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지독한 사실주의의 냉정한 표현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사실주의 영화의 정점, 천진함 뒤에 숨겨진 비극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리얼리즘 영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올랜도 디즈니 랜드 주변의 '매직 캐슬'이라는 모텔을 배경으로 무니와 친구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아이들은 차에 침을 뱉으며 놀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잔돈을 구걸하고, 버려진 폐가를 탐험합니다. 처음에는 이 천진한 놀이가 흐뭇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알콜 중독인 동네 아주머니를 보며 키득거리고, 소아성애자로 보이는 사람의 위협 앞에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그 누구도 이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한 부모 가정에 속해 있고, 엄마나 아빠는 생계를 위해 일하러 나갑니다. 무니, 딕키, 스쿠티, 젠시는 단 한 번도 그네를 타지 않고, 미끄럼틀도 타지 않으며, 시소도 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곳 '매직 킹덤'에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위대함은 이러한 현실을 동정이나 눈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감독은 휴머니즘의 본질이 동정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영화는 결코 캐릭터들을 동정하거나 슬픔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어떤 눈물로 범벅이 되는 영화들보다 훨씬 슬프고 아름답고 가슴 아픕니다. 화려한 색감과 내리쬐는 강렬한 빛은 무니의 순수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후반부로 갈수록 그 연약한 살결을 태워버릴 것 같은 공포로 변모합니다.

 

 

아동 빈곤의 현실, 디즈니 랜드 그늘 아래의 생존기

핼리는 온 몸에 문신을 한 젊은 엄마로, 뚜렷한 직업 없이 무니와 단 둘이서 좁은 모텔방에서 살아갑니다. 정부로부터 받던 보조금이 끊기자 매주 찾아오는 방세와의 처절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핼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도매상에서 문제가 있는 향수들을 사서 관광객들에게 파는 일, 우리나라 표현으로는 앵벌이입니다. 사지 않는 사람에게는 딸에게 뭐라도 먹이게 돈이라도 좀 달라고 애걸합니다. 주마다 다가오는 방세가 핼리를 미치게 만듭니다. 돈은 없고 일도 없는데 주마다 지출은 있습니다. 결국 핼리의 선택은 매춘입니다. 원래 댄서로 일했지만 2차 요구 때문에 그만뒀던 핼리가, 보조금이 끊기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매춘을 결심하는 과정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칩니다.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 있기 위해서 매춘을 한 것입니다. 핼리는 매춘한 남자의 디즈니 랜드 입장 팔찌를 훔쳐서 관광객에게 팔기도 합니다. 매주 복지시설에서 빵을 가지고 오는데 무니가 그걸 챙기러 달려가는 모습은 더는 귀엽거나 순수해보이지 않습니다. 무니가 좋아하는 페퍼로니 피자도 사줄 수 없게 되고, 메이플 시럽도 먹지 못하게 됩니다. 그때까지도 무니는 천진합니다. 하지만 핼리의 매춘 행위는 감출 수 없었고, 결국 아동국이 나서게 됩니다. 아동국에서 무니를 새로운 가정으로 보내기 위해 핼리와 무니가 생이별을 하던 날, 무니는 처음으로 웁니다. 혼자 목욕할 때 화장실로 들어온 낯선 남자를 보면서도 울지 않았고, 장난감이 없어도, 친구가 이사를 가도 울지 않았던 무니가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부동산 격차가 만든 아이러니, 매직 킹덤의 잔인한 진실

영화의 엔딩은 충격적입니다. 무니는 아동국 직원에게서 도망쳐 친구 젠시에게 달려가고, 젠시는 무니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달립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음악과 함께 두 아이가 걷는 길이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무미건조한 아스팔트가 갑자기 알록달록한 돌길로 바뀌고, 엄청나게 많은 인파와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건물들이 두 아이를 스쳐갑니다. 바로 디즈니 랜드입니다. 두 아이가 달려간 곳은 디즈니 랜드의 상징인 매직 킹덤이었습니다. 이보다 잔인한 아이러니가 있을까요. 놀이터 한 번 가보지 못한 무니의 곁에, 사실은 몇 분만 뛰어가면 갈 수 있는 곳에 디즈니 랜드의 매직 킹덤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걸 암시만 하다가 마지막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실제로 달려간 그 거리가 너무 짧아서 말이 안 나올 지경입니다. 알록달록하게 치장된 모텔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생지옥이지만, 겉으로는 화려하게 꾸며진 미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026년 대한민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원화가치 하락과 함께 부동산 가치가 기록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강남구, 용산구와 중랑구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부동산 격차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양극화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안전한 주거환경과 놀이 공간, 교육 기회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MZ세대에게 부동산은 투자자산으로 여겨지지만, 무니와 같은 아이들에게 그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디즈니 랜드 바로 옆에 살면서도 그곳에 갈 수 없는 무니의 현실은, 부동산이라는 공간적 격차가 만들어낸 심리적 격차를 상징합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알록달록하게 그려낸 찬란한 슬픔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바비를 연기한 윌럼 더포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이 영화는 사회의 시선도 복지의 손길도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2026년 한국 사회 역시 부동산 격차라는 새로운 계급 구조 속에서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던지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 [출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리뷰 - 라이너의 컬쳐쇼크: https://blog.naver.com/rainerstudio/221579006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