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파 알만수르 감독의 영화 **〈와즈다(Wadjda)〉**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장편 영화라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몸과 사회, 그리고 생명 그 자체가 어떻게 규율되고 통제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한 소녀의 소망이라는 단순한 서사로 시작하지만, 그 욕망이 좌절되는 과정 속에는 생리적 차원에서의 몸, 사회학적 차원에서의 규범, 생명과학적 차원에서의 성장과 적응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와즈다의 몸은 아직 성장 중인 생물학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몸’으로 통제받는 대상이다. 이 영화는 폭력적 장면이나 극적인 갈등 없이도, 일상의 규칙과 시선, 교육과 종교적 규범을 통해 인간의 생명이 어떻게 길들여지는지를 보여준다. 본 글은 〈와즈다〉를 생리학, 사회학, 생명과학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이 영화가 어린 소녀의 성장담을 넘어 삶과 몸,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사유하게 만드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생리학: 성장하는 몸과 통제되는 감각
생리학적 관점에서 〈와즈다〉는 성장기 인간의 몸이 어떻게 사회적 규율과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와즈다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신체를 지닌 아동이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성인의 규범에 따라 관리되고 통제된다. 뛰고, 웃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 욕망은 생리적으로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발현이지만, 사회는 이를 ‘부적절한 행동’으로 규정한다. 특히 여성의 몸에 요구되는 억제와 정숙함은 성장 과정에서 신체 감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화 속에서 와즈다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적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검열하는 법을 배워간다. 이는 생리적 반응이 사회적 규범에 의해 재구성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몸의 자유로운 균형 감각과 근육의 사용, 호흡의 리듬을 허용하는 도구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갈망하는 이유는 놀이의 욕구이자, 자신의 몸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생리적 요구이기도 하다. 영화는 성장하는 몸이 억압될 때 어떤 긴장과 저항이 발생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며, 생리학적 차원의 인간이 결코 사회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사회학: 규범, 젠더, 일상의 권력
사회학적으로 〈와즈다〉는 거대한 정치 담론 대신 일상의 규칙과 관습이 어떻게 권력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학교, 가정, 거리라는 공간은 모두 중립적인 장소가 아니라, 젠더 규범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사회적 장치다. 와즈다가 속한 학교는 종교적 규율과 도덕 교육을 통해 순종적인 여성 주체를 양성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교사들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규칙과 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를 통제한다. 이는 미시 권력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와즈다의 어머니 역시 억압의 피해자이자 전달자다. 그녀는 딸을 보호하려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한 채 이를 딸에게 전수한다. 이 과정에서 억압은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드러난다. 사회는 직접적으로 “자전거를 타지 마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분위기와 시선을 통해 선택지를 제거한다. 〈와즈다〉는 여성의 삶이 어떻게 일상의 사소한 규칙들 속에서 제한되는지를 보여주며, 사회학적으로 젠더가 하나의 제도적 구성물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생명과학: 적응, 생존, 그리고 가능성의 진화
생명과학적 시선에서 〈와즈다〉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 전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와즈다는 물리적 폭력이나 직접적 처벌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사회의 규칙을 이해하고 그 틈새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꾸란 암송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노리는 선택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응 전략이다. 이는 생명체가 환경에 반응하며 행동을 수정하는 진화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와즈다는 반항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관찰하고 학습하며 전략을 바꾸는 유연한 생명체다. 이러한 태도는 생명과학에서 말하는 ‘가소성’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지 않으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 영화는 이 가능성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성장하는 생명이 지닌 잠재력을 보여준다. 와즈다가 자전거를 타는 마지막 장면은 체제의 전복이라기보다, 생명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 순간에 가깝다. 〈와즈다〉는 인간을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이분법적 존재로 그리지 않고,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형되는 생명체로 묘사한다. 〈와즈다〉는 한 소녀의 작은 소망을 통해 인간의 몸, 사회, 그리고 생명의 구조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화다. 생리학적으로는 성장하는 몸이 어떻게 억압받는지를, 사회학적으로는 젠더 규범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생명과학적으로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이 만들어내는 적응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거대한 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변화는 미세하고 느리며, 때로는 매우 개인적인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와즈다의 자전거는 단순한 자유의 상징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이 사회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생명의 움직임 그 자체다. 바로 그 점에서 〈와즈다〉는 어린 소녀의 성장담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변화의 씨앗을 품는지를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