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시티 오브 갓》은 종종 잔혹한 범죄 영화, 혹은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리얼리즘 영화로 분류되지만, 그 본질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시대가 어떻게 인간을 만들어내는지를 기록한 사회적 텍스트에 가깝다. 이 작품이 다루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 실패와 경제적 불평등, 제도적 방치가 응축된 역사적 결과물이다. 영화는 선과 악의 대립 구조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 폭력이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떤 심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특히 아이들이 총을 들고 조직에 편입되는 과정은 개인의 타락이라기보다 시대적 조건의 산물로 제시된다. 《시티 오브 갓》이 불편한 이유는 관객에게 연민이나 카타르시스를 쉽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있으며, 그 답을 개인의 도덕성이나 일탈이 아니라 구조와 역사 속에서 찾는다. 이 글은 《시티 오브 갓》이 담아낸 시대적 배경, 폭력에 길들여진 인간 심리, 그리고 빈곤을 정치적으로 방치한 권력 구조를 중심으로, 이 영화가 왜 동시대 사회 분석의 중요한 자료로 읽혀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대상 — 브라질 근현대사가 만들어낸 폭력의 일상성
《시티 오브 갓》이 그리는 폭력은 갑작스럽게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간을 따라가며, 범죄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초기에는 소규모 절도와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루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약과 총기가 결합한 조직 범죄로 급격히 진화한다. 이는 브라질의 급속한 도시화, 농촌 붕괴, 군사 독재 정권 하의 빈곤 정책 실패와 깊이 맞물려 있다. 파벨라는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사회 문제를 떠안은 공간이며, 법과 제도가 부재한 자리에 폭력이 질서를 대신한다. 영화 속 아이들이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들에게 폭력이 선택지가 아니라 환경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일자리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대신 거리와 조직이 사회화의 장으로 기능한다. 《시티 오브 갓》은 특정 시기의 브라질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시대적 분석은 지역을 넘어 보편성을 획득한다.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지 못할 때, 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된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시대의 실패를 미화 없이 기록한다.
심리학적 관점 — 공포와 인정 욕구가 만든 폭력의 내면화
《시티 오브 갓》에서 가장 인상적인 심리적 요소는 폭력이 외부에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내면화된다는 점이다. 리틀 제는 처음부터 잔혹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반복적인 결핍과 무시, 그리고 공포 속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폭력을 선택한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만성적 불안 환경에서 나타나는 공격성의 전형적인 형태다. 아이들은 존중과 안전을 제공받지 못할 때, 공포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자아를 형성한다. 총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반대로 로켓은 폭력에 끌려가면서도 끝내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 인물로, 관찰자이자 기록자의 위치에 선다. 이는 동일한 환경에서도 심리적 대응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선택의 폭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도 드러낸다. 영화는 폭력 가해자의 심리를 설명하면서도 정당화하지 않는다. 다만 폭력이 어떻게 인간의 감정 구조를 재편하고, 공감 능력을 마비시키며, 생존을 위해 윤리를 유보하게 만드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시티 오브 갓》의 심리학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환경이 심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둔다.
정치학 — 방치된 공간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권력
《시티 오브 갓》에서 정치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부재가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다. 경찰은 부패했거나 폭력적이며, 국가는 파벨라를 시민의 공간이 아닌 관리 대상 혹은 방치 구역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정치적 공백 속에서 범죄 조직은 하나의 대체 권력이 된다. 그들은 규칙을 만들고, 처벌을 집행하며, 경제를 운영한다. 이는 정치학적으로 볼 때 비공식 권력의 형성과정에 해당한다. 영화는 이를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가 수행해야 할 기능이 어떻게 폭력 조직에 의해 왜곡되어 대체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조직에 들어가는 것은 범죄를 선택해서가 아니라, 정치로부터 버려졌기 때문이다. 《시티 오브 갓》은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담론을 거부하며, 폭력이 정치적 무능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파벨라는 남아 있고, 폭력의 구조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영화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누가 이 폭력에 책임이 있는가, 그리고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가. 《시티 오브 갓》은 잔혹한 이야기이지만, 그 잔혹함은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한 시대가 어떤 인간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며, 심리와 정치, 역사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범죄 영화의 범주를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 분석의 텍스트로 읽혀야 한다. 폭력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한, 우리는 또 다른 ‘시티 오브 갓’을 반복해서 만들어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