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리턴(Return)*은 한국 스릴러 영화 중에서도 유독 불편한 잔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연쇄 살인과 과거의 기억, 그리고 의료 현장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다루지만, 그 서사 이면에는 사회 구조가 개인에게 남기는 폭력의 흔적, 인간 생물학적 기억의 한계, 그리고 우연과 필연을 구분하려는 통계적 사고의 실패가 촘촘히 얽혀 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공포는 단순히 살인의 잔혹성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끝났다고 믿었던 과거가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공포의 본질로 작동한다. 본 보고서는 리턴을 사회학, 생물학, 통계학이라는 세 가지 학문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이 영화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구조적 폭력과 인간 인식의 취약성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는 텍스트임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개인의 죄의식이나 트라우마를 심리적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사회 시스템과 집단적 침묵, 그리고 우연적 사건을 해석하려는 인간의 통계적 본능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분석 가치가 높다. 리턴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며, 그 질문은 사회과학적 해석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사회학적 관점: 집단 침묵과 구조적 폭력의 재생산
리턴의 핵심 사회학적 주제는 개인의 악의보다 집단의 침묵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폭력이다. 영화 속 비극은 특정 가해자의 일탈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은폐되고 왜곡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방관자와 제도적 실패가 개입한다. 사회학적으로 이는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의 전형적인 사례다. 직접적인 폭력이 사라진 이후에도, 그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사회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며, 결국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의료 시스템과 엘리트 집단으로 묘사되는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높은 신뢰와 권위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이 권위는 책임의식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호 보호와 침묵의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 권력’의 작동 방식과 유사하다.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의 행위를 문제 삼지 않는 규범을 내부적으로 형성하고, 외부의 비판을 차단한다. 영화 속 과거 사건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이유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왜곡 때문이다. 결국 리턴에서 벌어지는 연쇄적 사건은 개인의 복수극이 아니라, 억압된 기억이 사회적 균열을 통해 표출되는 과정이다. 사회는 과거를 덮음으로써 안정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그 안정은 일시적이다. 영화는 집단적 침묵이 얼마나 쉽게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며, 사회가 기억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폭력일 수 있음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생물학적 관점: 기억, 트라우마, 그리고 신체에 각인된 과거
리턴은 기억을 단순한 정신 작용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영화 속 인물들은 과거의 사건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왜곡된 형태로 기억하지만, 그 경험은 신체와 무의식에 각인되어 행동과 감정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이는 현대 신경생물학에서 말하는 트라우마 기억의 특징과 일치한다. 강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형성된 기억은 해마와 편도체를 중심으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저장되며, 언어적 회상이 아닌 감각적 재현으로 나타난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돌아오는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에 가깝다. 특정 자극, 공간, 혹은 상황이 과거의 신경 회로를 다시 활성화시키며, 인물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공포와 불안을 경험한다. 이는 트라우마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생물학적으로 트라우마는 제거되는 정보가 아니라, 억제된 상태로 남아 있다가 조건이 충족되면 재활성화되는 신경 패턴이다. 영화의 제목인 ‘리턴’은 이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지칭한다. 과거는 의식에서 사라질 수는 있지만, 신체에서는 결코 완전히 삭제되지 않는다. 리턴은 인간이 기억을 통제하고 선택적으로 망각할 수 있다는 믿음을 해체하며,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이 과거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를 보여준다. 이 점에서 영화는 공포 장르를 빌려 인간 신체의 취약성을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통계학적 관점: 우연의 가장과 필연의 착각
리턴은 사건의 연속이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복수처럼 보이도록 연출되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모든 사건은 필연이었는가, 아니면 인간이 우연 속에서 의미를 강제로 구성한 결과인가. 통계학적으로 인간은 무작위 사건 속에서도 패턴을 찾으려는 강한 경향을 지닌다. 이를 ‘패턴 인식 편향’ 또는 ‘사후 확률 오류’라고 한다. 영화 속 인물들 역시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원인을 연결하며, 모든 결과를 예측 가능했던 것처럼 해석한다. 그러나 통계학적 시각에서 보면, 많은 사건은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우연의 집합이다. 문제는 인간이 그 우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드시 의미 있는 인과관계를 설정하려 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 연쇄적 죽음과 사고들은 일정한 규칙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 사건과 현재 조건이 결합된 확률적 결과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리턴은 ‘운명’이라는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통계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착각을 드러내는 학문이기도 하다. 리턴은 관객이 사건의 원인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믿는 순간, 그 믿음 자체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필연처럼 보이는 서사 뒤에는 수많은 우연과 변수들이 존재하며, 인간은 그 복잡성을 견디지 못해 단순한 이야기로 환원한다. 영화는 이 통계적 착각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공포와 죄책감을 구조화된 서사로 정당화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영화 리턴은 스릴러라는 장르를 넘어, 사회학적 구조, 생물학적 기억, 통계학적 사고의 한계를 동시에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남기는 불쾌함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에서 비롯된다. 과거는 지워지지 않고, 사회는 기억을 은폐하며, 인간은 우연을 필연으로 오해한다. 리턴은 이 세 가지 조건이 만날 때 어떤 비극이 반복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는, 그것이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구조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