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석유 자본의 탄생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자주 해석되지만, 종교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그 의미는 훨씬 더 확장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교가 인간의 욕망, 권력, 구원 서사와 어떻게 결합되고 왜곡되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특히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와 설교자 엘라이 선데이는 각각 세속적 신앙과 종교적 신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되며, 두 인물의 충돌은 일종의 현대적 종교 전쟁처럼 기능한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종교적 정체성과 신앙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징적 서사가 어떻게 플롯 전체를 관통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단순한 영화 텍스트를 넘어 현대 사회의 종교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로 읽힐 수 있음을 논증한다.
다니엘 플레인뷰의 ‘무신론적 신앙’과 자본의 신격화
다니엘 플레인뷰는 표면적으로 종교를 거부하는 인물이다. 그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종교적 언어를 철저히 배제한 채 행동한다. 그러나 종교학적으로 볼 때 그는 신앙이 없는 인물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신으로 섬기는 또 다른 유형의 신자에 가깝다. 그의 삶은 석유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석유는 그에게 생존의 수단이자 존재 이유이자 궁극적 구원의 도구다. 그는 노동, 고통, 희생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며, 이 과정은 전통적인 종교의 금욕과 수행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다니엘의 세계에서 신은 보이지 않지만, 자본은 언제나 현존하며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다니엘을 통해 세속화된 신앙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엘라이 선데이와 종교 권력의 상징성
엘라이 선데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종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교회를 운영하고, 설교를 통해 신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공동체의 도덕적 권위를 장악한다. 그러나 그의 종교성은 깊은 신앙보다는 철저히 공연적이며 정치적이다. 엘라이는 신앙을 통해 구원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권력과 인정, 그리고 다니엘과의 우위 경쟁에 집착한다. 그의 기도와 치유 의식은 신성한 행위라기보다는 관객을 의식한 연극에 가깝고, 이는 종교가 어떻게 대중 앞에서 상품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다니엘을 공개적으로 굴복시키는 세례 장면은 종교 의례가 개인의 영적 변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 관계를 과시하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상징한다. 영화는 엘라이를 통해 종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타락할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두 신앙의 충돌과 종교적 줄거리의 비극성
데어 윌 비 블러드의 핵심 플롯은 다니엘과 엘라이, 즉 두 종류의 신앙이 충돌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충돌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자본의 신앙과 종교 제도의 신앙이 서로를 거울처럼 반사하며 파괴하는 구조를 이룬다. 두 인물 모두 절대적 진리를 소유했다고 믿으며, 타협이나 공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영화의 서사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특히 결말부에서 엘라이가 다니엘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부정하도록 강요받는 장면은, 종교가 자본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다니엘 역시 구원받지 못한 채 고립과 광기로 몰락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어느 쪽의 신앙도 궁극적 해답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 플롯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와 자본이 만들어내는 비극적 공존 관계에 대한 냉혹한 보고서로 기능한다.